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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오페라 ‘돈 지오반니’ 우경식 박하나 “잔인하다고요?” (인터뷰)

크고 작은 오페라 공연이 쏟아지는 11월,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인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11월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역시 주목할 만한 무대다.

풍자와 해학이 반짝이는 이 작품에서 매력적인 외모로 숱한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둥이 돈 지오반니로 변신하는 베이스 바리톤 우경식, 지오반니와 대릭각을 세우는 아름다운 돈나 안나 역의 소프라노 박하나를 만났다. “한국 무대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는 36세 동갑내기 성악가의 유쾌한 수다 이중창이 카페 안을 채웠다.




▲ 박하나 우경식

조기 유학파가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과정까지 마치고 해외로 건너가 10년간 음악가로서의 영토를 구축하고 모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우경식은 한양대 성악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나 칼 국립극장 주역 솔리스트로 8년 동안 활동하며 400회 이상 공연에 출연했다. 2016년 12월 귀국해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오를란도 핀토 판초’에 연이어 주역으로 출연하며 국내 무대에 안착했다. 모교인 예원예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박하나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유학길에 올라 미국 신시내티 음대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코벳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현지 오페라 공연에서 실력을 인정받다가 2015년 귀국했다.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모교인 서울대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바로크 스페셜리스트’ 우경식은 독일에서 ‘돈 지오반니’의 레포렐로를 소화한 적이 있다. 이번엔 사회규범을 거부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지오반니다. 남자 주인공을 테너가 아닌 베이스로 설정한 이 작품에서 돈 지오반니 역 배우는 외모와 이미지, 상대 캐릭터들의 노래 스타일에 변화무쌍하게 맞춰가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베이스 바리톤이 활약할 수 있는 작품 대부분이 초기 오페라인 바로크 시대에 몰려 헨델, 모차르트 작품에 다수 출연했어요. ‘돈 지오반니’는 주인공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인물들의 갈등과 욕망에 초점을 맞추는 게 특징이에요. 특히 이번 프로덕션의 경우 배경이라든가 의상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매력적이고요. 지오반니는 진보적이고 자유분방한 인물이죠. 관객들이 막돼먹은 그를 보며 억눌린 욕망을 대리만족하지 않나 싶어요.”

감미로운 음색으로 서정성 짙은 아리아에 최적인 박하나는 첫 ‘돈 지오반니’ 공연이다. 지오반니에게 겁탈당할 뻔한 그는 기사장인 아버지가 조반니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된다. 정숙하면서도 강인함을 요구하는 캐릭터다.

“돈나 안나는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강인한 성격의 귀족여자예요. 아버지를 위한 복수를 약혼자에게 부탁하면서 스스로를 다잡고 지켜나가려는 캐릭터죠. 지금까지 했던 역할은 상대하는 인물이 애인이나 아빠 등 한 두명에 불과했는데 이번 작품은 등장인물 8명과 얽히고설키면서 함께 하는 앙상블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박하나는 1막에서 약혼자 돈 옥타비오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열창하는 강렬한 아리아와 2막에서 옥타비오가 결혼하자며 자신에게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고 투정을 부리자 부르는 서정적인 아리아를 잘 소화하고 싶어 한다. 특히 2막 아리아 ‘잔인하다고? 제발 그런 말 마세요’는 원초적 감정을 누르면서 표현하는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걸어온 발자취가 비슷한 반면 성향은 정 반대다. 우경식이 자유로운 한량 기질이라면 박하나는 똑 부러진 ‘범생’ 스타일이다.

“모차르트의 에센스는 섹스와 피인 것 같아요. 모든 음악 요소가 섹스와 연결돼 있고 선혈이 없으면 (작품이)이뤄지질 않아요. 한국에서 모차르트를 할 땐 너무 심심한 느낌이라 아쉽죠.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많이 이뤄졌으면 해요. 다행히 ‘돈 지오반니’는 모차르트가 음흉하고 활달한 베이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 할 맛이 나요. 전 한량, 날라리, 건달 캐릭터가 잘 어울리거든요.(웃음)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하고 있죠. 제 인생 캐릭터를 만난 기분이에요.”

“어떤 곡은 부르는 순간부터 인물에 이질감 없이 동화돼요. ‘라 보엠’의 미미가 그랬다면 돈나 안나는 내 안의 뭔가를 발견, 끄집어내야 하는 경우라 또 한 번의 도전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정선영 연출가가 성악만을 위한 무대를 추구하질 않으세요. 오페라를 보면 노래 때문에 드라마에서 콘서트로 점프하는 경우가 있는데 3시간의 러닝타임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스며들 예정이라 재미를 많이 느끼실 거예요. 저의 역할도 크겠죠. 나를 통해 캐릭터가 투영되는 거니까 필터링을 잘 해서 저와 극중 캐릭터의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죠.”

올해 두 성악가 모두 소처럼 열일 했다. 우경식은 ‘돈 지오반니’가 끝나자마자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에 곧장 들어간다. 박하나 역시 ‘사랑의 묘약’ ‘카르멘’ ‘붉은 자화상’ 등 상반기에 2편, 하반기에 2편을 공연했다. 컨디션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 내년에는 작품 수를 줄일 계획이다.

“보통 ‘오페라 보러 간다’고 말하잖아요. 오페라 가수는 노래는 기본이고 연기와 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싶어요. 특정 캐릭터를 어떤 색깔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나만의 색깔이 답인데 ‘어떤 역할을 해도 아, 쟤 우경식이다’란 반응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그 옷을 입었지만 나의 냄새가 나도록. 작품 면에선 제가 잘 할 수 있는 바로크와 모차르트 작품에 출연하는 거고요.”

“미국에서 모차르트의 미완성 오페라 ‘자이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픈 결론이라 관객이 결과를 정하는 경험을 했던 게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새로운 역할을 해보는 것도 좋고, 해왔던 것들을 다시 하는 것도 좋아서 미미(라 보엠)도 다시 하고 싶어요. 또한 무대 위에서 제일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끼지만 티칭도 보람이 커요. 제가 하는 대로 학생들이 따라 하기에 좋은 이그잼플이 돼야 아이들이 혼동을 겪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제가 배우는 것도 많죠.” 글=뉴스엔 객원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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