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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너무 황홀해 ‘브라보’를 외칠 수 없었다”...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리뷰]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뮤지컬 ‘레미제라블’ 보다 감동적이고, 영화 ‘필라델피아’ 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오페라를 만났다. 바로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이다.


혁명의 칼날도 막지 못한 두 주인공이 ‘우리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La nostra morte’라는 이중창을 벅차게 노래하며 사형장으로 사라지자, 가슴에 진한 여운이 아로 새겨졌다. 셰니에 역 테너 이정원· 국윤종, 맏달레나 역 소프라노 김유섬· 오희진 모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을 선명하게 음악 안에 담아내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국내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른 테너 국윤종은 유명 아리아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maggio’)을 유려하게 소화하며, 무심하게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들의 눈까지 ‘스르르’ 열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테너의 오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관객들에게 가장 알 알려진 아리아는 영화 ‘필라델피아’에 삽입돼 유명해진 막달레나의 아리아 ‘내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ma morta)’이다.


간혹 사립오페라단 공연을 보면, 어느 한 팀의 주역은 뛰어나지만 다른 팀의 주역은 실력이 부족한 경우도 보이는데 이번 공연은 모두가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김유섬· 오희진 모두 2시간 30분 동안 온도 차이가 큰 캐릭터의 내면을 설득력 있는 감정연기와 음악으로 증명했다.


첫날 무대에 오른 김유섬 맏달레나가 바닷가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듯 거대한 세종문화회관을 촉촉하게 적셨다면, 다음 날 무대에 오른 오희진은 칼바람 속 가슴을 어루만지는 듯 서정적이고 섬세했다. 두 날 모두 공연을 관람하면서, 너무 황홀해 ‘브라보’를 외칠 수 없을 정도라면 상상하겠는가.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이 선 보인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대혁명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투쟁하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실존 시인 앙드레 셰니에(1762~1794)를 다룬다. 혁명기의 지식인 셰니에와 백작의 딸 맏달레나와의 비극적인 사랑, 맏달레나 집안의 하인으로 연정을 품고 있는 제라르의 드라마가 얽혀있다.



작품은 크게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한 두 연인의 숭고한 사랑을 통해 ‘혁명의 이중성’을 돌아보게 한다. 인물들의 갈등이 극대화 되면서 극은 “민중의 현실을 외면 한 이상주의의 현실을 뒤돌아보라”는 메시지를 향해 나아간다.


사실, 최근 국립오페라단이 선 보인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기억하는 오페라 애호가라면 이번 작품 역시 연출적인 화려함을 기대하고 극장을 방문했으리라.


한 마디로 “‘스테파노 포다의 안드레아 셰니에’가 연출이 우선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면, ‘이회수 연출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연출과 가수 모두가 돋보이는 오페라”였다.


극적 메시지의 구체화의 경계의 접점을 기막히게 찾아낸 이 연출은 적절한 조명과 어우러져 세련된 무대 미장센을 구축해 냈다. 이전 국립오페라단 연출이 관객에겐 보는 재미와 함께 행복감을 선사했을 진 몰라도, 무대 위 성악가들에겐 여러 고충을 안긴 것도 사실. 이번 프로덕션은 세련된 연출 감각을 선보이면서도 관객과 성악가 모두의 요구사항을 현명하게 담아냈다.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이회수 연출은 ‘시시각각 민중을 죄여오는 혁명의 시간’ 이란 콘셉트 하여, 1막부터 4막까지를 긴장감 있게 전개해갔다. 무대 전면에 프랑스 대혁명 인권 선언문과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 많은 이들의 명단을 배치했음은 물론, 비극으로 치닫는 캐릭터들의 내면을 조명으로 극화시켜 나간 점 역시 눈에 띈다.


특히 공중에 걸린 사각형 샹들리에가 점점 재판소 쪽으로 하강해가면서 민중을 압박해 나가는 3막 혁명재판소 장면은, 거대한 무대 장치 없이도 압도적인 위엄을 자랑한 장면이다. 다만 제라르의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에서 어린 연기자를 도입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한 액팅으로 극의 흐름이 깨진 점은 아쉽다.




양진모가 지휘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안정적인 연주로 격조를 갖춘 오페라 탄생에 힘을 보탰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모두에게 섬세한 손짓을 전달하며 유려한 음악을 이끌어낸 양진모 지휘자의 내공도 빛났다.


오페라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을 밤, ‘과연 오페라 본연의 가치’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오페라를 분석적으로 보지 않아도 행복했고, 입이 ‘쩍’ 벌어지는 무대가 나오지 않아도 뭔가 특별한 오페라를 보고 온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이 판타스틱한 기분을 누군가에게 막 알리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기도 했다.


뼛속까지 오페라가수 김유섬씨는 지난 인터뷰에서, “수십 년 간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지만, 관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무대 위 가수는 물론 음악인들 모두가 ‘절제와 노력’ 및 끊임없는 연습 등을 통해 음악적으로 완벽히 채운 뒤, 그걸 무대 위에서 이야기 했을 때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감동을 받는다고 한 것.


다시금 떠오른 “하룻 밤의 감동이 아닌, 관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음 한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오페라 본연의 가치, 더 나아가 공연의 가치가 아닐까.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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