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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리뷰] 오페라 '안나 볼레나' 공연이 남긴 것


오페라 '안나 볼레나'


시위를 떠난 화살이 꼭 그랬다. 출발선에선 보이지 않던 미세한 틈이 과녁을 빗나간 게 결국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 성공작이었다.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가 라벨라오페라단 제작으로 지난달 27~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초연' 오페라를 올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예산이 확보된 경우라도 작품에 대한 설계에서부터 완성에 이르는 숱한 과정들이 초행길을 가듯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립이 아닌 민간단체가 대중에게 생소한 초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작품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과연 한국의 민간 오페라단에서 '초연'을 올린 단체가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이내 답이 나올 것 같다.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예술감독이 야심차게 올린 '안나 볼레나' 공연은 마니아 관객에겐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여전히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만 눈길을 두는 관객들에겐 생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 오페라 수십 편을 올린 것보다 목숨걸고 올린 이 한 편의 오페라가 훨씬 가치가 있었다. 작가 정신, 혼을 바친 오페라 무대의 승리였고, 우리 오페라에 한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게 오페라야!"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보!" 외침에도 힘이 실렸다. 진정성 회복을 그토록 부르짖던 이 예술감독도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던 것은 우리 손으로, 우리 재료로, 우리를 살찌우게 하자는 '오페라 자주 독립 선언'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숱한 흔들림을 극복하고 가수, 오케스트라, 합창, 연출이 하나의 용광로에 녹아든 종합예술이 바로 오페라의 목표요 지향점이란 것을 설득한 것이다.


때문에 내용이 아무리 쉬워도 잘 못만들면 복잡하고 지루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한 오페라도 예술성이 살면 난이도 만큼이나 더 감동적일 수 있다는 예술의 원리를 보여준 것이다. 각자의 캐릭터 배분이 적절한 효과를 냈고, 상호의 음악적 신뢰가 강한 결집을 불러왔다.


양진모 지휘의 오케스트라는 가수와 호흡이 절묘했고 , 연출가 이회수는 외국 연출가라면 사족을 못쓰는 수입 세태에 보기 좋게 한방을 먹였다. 수입 잔치로 국민세금 그만 날리라는 주문처럼 보였다,


안나 강혜명은 품격의 자태로 비련의 여인이 겪는 상처를 통해 사랑 없는 우리 삶의 건조함을 촉촉이 적셨다. 오페라는 돈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돈만으로 오페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돈 잔치를 하면서도 작품에 이르지 못하는 외화내빈 오페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알맹이도 없이 수없이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오페라극장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문화정책이, 오페라 투자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오직 국립 한 단체에 집중 지원하는 낡은 틀을 깨고 이제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이번 작품은 가수 등 역량은 갖췄으나 오페라 보는 눈이 없어 오페라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극성스런 포퓰리즘에서 우리가 사는 길도 바로 이 길이 아닐까 싶어 오페라 내용은 슬펐지만 가슴은 오히려 훈훈했다.


탁계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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