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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 "왕실 여인들의 처절한 암투.. 눈과 귀, 완벽하게 만족하실거예요"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두 왕비 박지현-김정미 라벨라오페라단 아시아 초연 11월 27~29일 예술의전당서



6세기 영국 튜더가의 군주였던 헨리 8세는 형이 세상을 떠난 뒤 형의 아내인 캐서린을 왕비로 맞아들인다. 딸 하나만 낳고 아들은 낳지 못한 캐서린에게서 마음이 떠난 헨리 8세는 캐서린의 시녀인 앤 볼린을 두번째 왕비로 맞아들인다. 앤 역시 딸 하나를 낳고 아들을 사산한다. 그 딸은 훗날 위대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된다. 하지만 비극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헨리 8세는 앤의 시녀인 제인 시모어와 결혼하기 위해 앤을 불륜죄로 법정에 세운다. 앤은 1000여일간의 궁정생활 끝에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이같은 영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다. 다음 세기 조선의 왕실이다. 무수리 신분이었던 숙빈 최씨는 숙종의 승은을 입어 아들을 낳게 되고 그가 훗날 위대한 왕 영조가 된다. 하지만 '제2의 장희빈'이 될 것을 우려한 숙종은 숙빈을 궐 밖으로 내쫓고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왕실 여인들의 암투,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결혼, 왕의 여성 편력 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도니제티의 출세작이다. 사실 국내에서 도니제티는 '사랑의 묘약' '돈 파스콸레' 등으로 더 유명하다. 1830년 이탈리아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공연이 자주 열리지 않은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 오는 11월 27~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안나 볼레나'의 아시아 초연은 의미가 더 깊다.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 오페라단의 야심찬 도전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난 소프라노 박지현(44)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36)는 "연습을 해보니 왜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었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보통 '람메르무어 루치아'를 콜로라투라(고난도의 기교를 요하는 창법)의 정수라고 하는데 그 말은 수정돼야 해요."(박) "테크닉 면에서 모든 성부의 한계점을 찍는 것 같아요. 음색은 소프라노보다 어두워야 하는데 음역대는 소프라노의 음역대죠. 제 성악 인생을 걸고 연습하고 있어요."(김)


소프라노 박지현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각각 안나 볼레나와 그의 시녀 조반나 세이무어 역할을 맡았다. 서로 대립각을 이루는 캐릭터지만 "지옥같은 연습"은 이들을 하나로 묶었다.


"어떤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김정미 선생은 상승효과를 주는 상대역이죠. 음악이 굉장히 격정적이라 흥분하기 쉬운데 냉정함을 잃지 않아요."(박)


"(박지현)선생님에 비하면 저는 오페라 경험이 일천하죠. 다행인 것은 음악이 모든 걸 말해줘요. 음악만 소화해내면 성공인 거죠.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노래가 차갑게 뜨거워야 해요.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휘둘려선 안된다는 거죠."(김)


두 사람 모두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대단했다. 전날 음악 런스루(리허설)을 마친 박지현은 "오히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5년간의 공백이 있었어요. 음악 인생 자존심이 걸려있었던 부분이라…. '억울하다, 슬프다, 힘들다'를 넘어서 온몸에 피가 줄줄줄 흐르는 느낌이었죠. 이 작품의 타이틀롤(제목과 같은 이름의 주인공)에 최적화돼 있는 상황이었어요. 딸의 지배권 상속을 지키려고 죽음도 불사하는 모정, 여왕의 위치에서 참혹하게 처형당하는 처절한 심정이 제 가슴속부터 느껴지더라고요."(박)


평소에도 세계사 공부를 즐기는 김정미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학생처럼 공부하고 있다"며 "조반나 이후로도 헨리 8세에게 6~7명의 여자가 더 있더라"고 설명했다. "역사는 감정을 배제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니 감정만 가지고 갈 순 없죠. 그 중간을 찾아야 개연성이 더 분명해질 것 같아요. 절대 악은 없잖아요."(김)


1969년과 2008년에 각각 '천일의 앤' '천일의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한 '안나 볼레나'는 유럽에서 극의 소재로 인기가 높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초연인 만큼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안나 볼레나'를 관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다만 3시간이 넘는 원작에서 반복되는 부분을 다듬어 2시간30분으로 줄이고 속도감을 높였다.


"국내 오페라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요. 무대에는 로얄 패밀리의 화려한 삶이 펼쳐지죠. 눈과 귀가 완벽히 만족될 겁니다."(박)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에요. 10분 정도만 투자해서 줄거리를 파악하고 오면 음악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김)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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