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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라벨라오페라단 '라보엠'..환상적인 무대미술 압권


라벨라오페라단의 '라보엠'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애틋하고 훈훈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라벨라오페라단의 '라보엠'은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하며 역설적인 무대로 인해 더욱 부각된 슬픈 러브스토리를 창조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무대미술이었다. 연출자 이회수와 무대미술을 담당한 신재희는 거대한 책모양의 오브제를 이용해 환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무대를 설정하고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가슴 아픈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의 스노우볼 안을 들여다보는 듯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한 무대를 보여줬다.


1막과 4막 로돌포의 다락방에는 이 오페라의 원작인 앙리 뮈르제의 '보헤미안의 생활정경' 표지나 푸치니의 '라보엠' 초판본 표지가 배경으로 사용돼 작품의 연원을 다시 생각하게 한 것이나, 1막과 2막 전환에서 어린이합창단과 군악대가 객석을 통해 입장하며 캐롤 음악을 연주한 것은 볼거리를 제공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또 압도적인 화려함이 느껴진 2막에서 이번 오페라가 무대 장치를 통한 작품의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라보엠'은 1, 3, 4막이 모두 가난한 예술가의 고단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들뜬 거리를 표현하는 2막 무대의 화려함과 디테일이 종합예술로서의 작품의 질을 좌우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라벨라오페라단의 '라보엠' 무대미술은 민간오페라단에선 보기 힘든 수준을 보여줬다 하겠다.


오페라의 음악 역시 박수갈채를 받을만했다. 양진모가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몰입을 보여주며 물 흐르듯 막힘없는 연주를 들려줬다. 지휘자 양진모는 무대 위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모두를 유연하게 아우르며 작품의 흐름을 이끌어 나갔는데 오케스트라는 간혹 관악의 더딘 움직임이 들려올 때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간결하게 다듬어진 선율로 푸치니의 풍부한 서정성을 느끼게 했다. 4막에서 유쾌한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미미의 죽음을 향해 돌변하는 극과 음악의 흐름을 매끄럽게 진행시켰고 마지막에 이르러 보여준 긴장감은 성악가들과 좋은 조화를 이루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미미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지현은 안정된 발성과 빼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을 만한 역량을 보여줬다. 사랑에 빠진 1막의 '내 이름은 미미'와 3막 '이제는 돌아가렵니다'를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노래해 공감되는 가창을 선보였고 또 4막에서 죽음을 앞둔 미미의 안타까운 파를란도(Parlando)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로돌포 역의 지명훈은 긴장한 탓인지 초반에는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으나 후반으로 가면서 안정을 찾았고 마르첼로 역의 박경준은 중후하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개성있는 무제타를 노래한 소프라노 한동희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거기에 콜리네 역의 베이스 양석진의 깊은 울림을 가진 음성은 길지 않은 등장이었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무대 위에서 펼쳐진 슬픈 사랑이야기는 환상적인 배경 때문에 더 쓰라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마지막 객석에까지 잔잔히 날리는 눈가루로 관객들마저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이날 오페라는 올 하반기 허전했던 우리들의 가슴을 밝혀준 수작이었다.


손수연 오페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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