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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리뷰]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젊은날의 비가(悲歌) ‘라 보엠’

라벨라오페라단의 '라 보엠', 소프라노 김지현 역량 돋보여


오페라 ‘라 보엠’에서 미미 역의 소프라노 김지현(왼쪽)과 로돌포 역의 테너 지명훈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제공=라벨라오페라단


“예, 사람들은 저를 미미라고 불러요. 그런데 원래 이름은 루치아지요. (중략)전 혼자 살아요. 작고 하얀 방에서 지붕들과 하늘을 바라보곤 한답니다. 추위가 물러가면 첫 햇살은 제 거예요. 4월의 첫 키스도 제 거랍니다~”


오페라 ‘라 보엠’에서 가난한 시인 로돌포를 처음 만난 병약하고도 아름다운 여인 미미가 자신을 소개하며 부르는 아리아 ‘내 이름의 미미’의 한 대목이다.

지난 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라 보엠’에서 미미 역의 소프라노 김지현은 이 대목을 부르며 ‘극한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푸치니가 빚어낸 선율 자체도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김지현은 특유의 편안하고도 고급스러운 음색으로 이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간 무제타 역을 주로 맡고, 미미 역에는 처음으로 캐스팅됐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라 보엠’은 19세기초 파리에서 성공을 꿈꾸는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시인(로돌포), 화가(마르첼로), 철학가(콜리네), 음악가(쇼나르)인 네 명의 친구들은 장작을 살 돈이 없어 원고 뭉치를 불에 태우고, 돈이 없어도 카페 모무스로 달려가 즐겁게 식사를 한다. 집세를 받으러 온 주인에게는 술을 권한 뒤 약점을 잡아내 쫓아내기도 하고, 뜨거운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사랑 때문에 더없이 괴로워하기도 한다.


돈은 없지만 젊고 치기 어린 열정적인 청춘, 이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성악가들은 ‘라보엠’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유학 시절, 배고프고 힘든 생활을 경험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성악가들은 이 작품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로 꼽는다.


이번 공연은 무대 위에서 실제 눈 내리는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에게 황홀함을 선사했다.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보다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한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의 노력이 엿보였다.


오페라 ‘라 보엠’에서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한동희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제공=라벨라오페라단


특히 이번 오페라는 각각의 배역이 ‘최상의 캐스팅’이라는 소감이 나오게끔 했다. 로돌포 역의 테너 지명훈,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한동희, 마르첼로 역의 박경준, 알친도르/베누아 역의 이준석 등은 최적의 기량과 연기력을 뽐냈다.


특히 이탈리아 페스카라 알반베르크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와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소프라노 한동희는 강렬한 목소리와 넘치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아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에르바 국립 음악학교 교수이자 영산콘서바토리 교수인 바리톤 박경준의 코믹하고 능글맞은 연기와 탄탄한 음악적 역량도 한층 무대를 빛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아름불휘합창단의 귀엽고 발랄한 무대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무대에는 가수 외에 연기자들도 출연해 극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는 이번 공연에 관해 “스노우볼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무대와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의 고른 기량이 어우러진 수작”이라며 “특히 소프라노 김지현은 서정적이면서도 선명한 음색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 가슴에 오래 남을 미미를 창조해냈다”고 전했다.


오페라 ‘라 보엠’에서 눈이 내리는 장면./제공=라벨라오페라단


전혜원 기자 summerrain@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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