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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라 오페라단 안주은 연출가 “검은 리코더는 고독사한 노인들의 애환을 담은 창작오페라"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한 편의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보러 오신다는 마음으로 오시면 좋겠어요.”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의 연출을 맡은 안주은 연출가는 오페라를 접하는 일반 대중이 오페라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는 ‘다가가기 어렵다’는 편견을 뒤집을 수 있는 공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G.Glinka 국립음악원 오페라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안 연출가는 대학 시절 조연출을 하면서 연출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모스크바 국립예술대학교에서 극장연출과를 졸업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오페라 발레극장에서 조연출로 실전 연출 경력을 쌓았고, 연출 실력을 인정받아 2008년 모스크바 국제 연출 콩쿨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 마술피리, 박쥐, 투란도트 등 400여 회 오페라와 뮤지컬을 연출했다. 특히 그는 전통클래식에서 벗어나 콜라보 콘서트 등 다양한 시도로 대중들이 오페라라는 장르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안주은 연출가를 만나 연출가의 역할과 앞으로 공연될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성악을 전공하시다가 연출로 전향하셨는데,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러시아에서 처음 유학을 할 때 성악을 공부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러시아 극장에서 조연출을 할 기회도 있었다. 학업 도중 몸이 안 좋아져서 1년 정도 유학을 하고 잠시 한국으로 왔는데, 당시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대학로에서 다시 조연출을 맡게 됐다.


대학로에서 연기도 배우고 조연출을 하면서 연출에 흥미가 생겼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간다면 연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러시아에 다시 돌아가 노보시비르스크 G.Glinka 국립음악원 오페라과 최고연주자과정 졸업하고,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연출 공부를 했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가수로서 활동도 하고 있다.”


- 성악가와 연출가의 역할에 차이점이 있다면.


“연출가는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하고 가수, 스태프와 소통을 한다면, 무대에 서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다.


한국에서 연출을 하다가 크로스오버 가수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연출을 할 때는 자부심과 자신감, 책임을 느낀다면 무대에 섰을 때 안주은으로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쁨을 느낀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작품을 하면서 항상 오페라 가수들에게 무대 위에 세워지는 세트와 오케스트라에 의존하지 말고 선생님들의 움직임과 표현으로 관객들이 자막을 보지 않고도 이 극을 다 이해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제가 연출했던 오페라 작품들은 각색을 많이 했다. 과거에는 각색을 하면 작품을 훼손한다고 생각해 싫어하는 오페라 가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적인 배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17~18세기 음악을 각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그동안 연출했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한국에 와서 일 년에 4~5 작품을 연출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마술피리, 박쥐, 투란도트 세 작품이다.


제가 대학로에서 조연출로 활동할 때 맡았던 작품이 마술피리였다. 당시 제 스승님께서 오페라 가수들과 연극배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셨고, 오페라 마술피리를 한국어로 각색하고 주역들은 성악가를, 조연들은 배우를 섭외하셨다.


당시 소극장에서 공연이 300~400회 정도 진행됐는데, 대중들이 어렵게 생각하던 오페라를 어린이들도 와서 관람하는 것을 보고 오페라도 클래식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다양성을 준다면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러시아에 돌아가서 연기·연출 공부를 했고, 처음 한국에 와서 연출한 작품이 마술피리였다. 저에게 마술피리라는 작품은 첫사랑과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박쥐이다.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오페라를 표방, 국내 처음으로 클럽버전 일렉트로닉 오페라를 선보였다. 독일어 대사를 한국어로 바꾸고 클럽DJ의 라이브공연과 폴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다.


애착이 가는 작품은 투란도트이다. 작곡가 푸치니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이기도 한 투란도트는 순수 공연 시간만 2시간이 넘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300명에 가까운 대작이다. 이런 대작을 1시간 40분짜리로 만들어서 중극장에서 올렸는데 모든 캐릭터가 잘 표현되어 연출가로서 다시 한번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박쥐를 연출한 후 2년간 휴식기가 있었는데 투란도트 연출 후 자신감이 생겼다.”


- 오페라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 오페라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페라 공연의 스토리는 사랑하는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 비극, 희곡 등으로 일반 극과 비슷하다. 오히려 극적으로 봤을 때 요즘에 나오는 어떤 극보다 스토리 구성력이 탄탄하다.


하지만 성악가들이 발성을 통해 극을 표현하다 보니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연기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다. 뮤지컬은 눈으로 보는 공연이라고 표현한다면, 오페라는 귀로 듣는 공연이라고들 한다. 귀로 듣는 작품이기 때문에 먼저 머릿속으로 작품의 캐릭터와 극의 설명과 줄거리 전개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신다면 훨씬 더 오페라를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검은 리코더 쇼케이스 사진

- 3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선보이는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는 어떤 작품인가.


“검은 리코더는 고독사한 노인들의 애환을 담은 창작오페라이다. 2018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으로, 작곡가 나실인이 작곡하고 작가 윤미현이 집필했다.


이 작품은 노인계층 및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죽은 노인들은 찬장으로 나룻배를 만들어 원하는 곳으로 떠나며 웃지 못할 이야기들로 극이 구성됐다. 장소의 상징성을 통해 소외받은 노인이 갈 곳을 잃거나 있더라도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쓸쓸한 형태로 극중 인물을 존재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고령사회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블랙코미디로 재구성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극중 죽인 노인들이 찬장으로 나룻배를 만들어 시간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관객들이 큰 관심을 갖으실 것 같다. 어둠에서 빛으로 전환되며 몽환적이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공연 퍼포먼스, 시공간적 이동, 변화 장면을 생동감 있게 연출했다.”


- ‘검은 리코더’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


“노인계층에 대한 현 시대의 문제점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검은 리코더는 각 인물이 주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때문에 오페라 가수들의 인물 표현이 중요하다. 이에 저는 오페라가수들에게 ‘이번 공연에서는 오페라 가수이기 이전에 오페라 배우로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요청드렸다.


각 인물의 스토리를 자신을 삶인 것처럼 느끼는 오페라 배우가 됐을 때 관객들과 정말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함께 움직임 등 표현이 어우러졌을 때 관객들의 눈물, 웃음을 자아낼 수 있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합창단이다. 보통 오페라에서 합창단원 한 명 한 명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합창단들 또한 하나의 배우로서 캐릭터들이 있다. 무대 위에 모든 사람이 다 주인공이 된다.”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편의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보러 오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셨으면 좋겠다. 검은 리코더를 대하는 두 시간 동안은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검은 리코더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상징적으로 뜻한다. 속을 파내 비워내야 소리를 내는 리코더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또 노년층 관객분들은 향수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원문보기: http://www.wsob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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